어른들이 자신의 장난감을 위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키덜트(Kidult)족을 두고 하는 말이다. NH투자증권은 키덜트에 대해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 또는 취향을 지닌 어른’이라고 지칭했다.

그런 키덜트 시장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떠오르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키덜트 산업은 14조로 추정되며 일본의 키덜트 산업도 6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국내 키덜트 시장은 5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매년 20% 이상 성장한다는 분석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유예된 욕망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경제력이 키덜트 산업을 지탱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 키덜트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2016 키덜트&하비 엑스포 서울’이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번이 3회째인 키덜트&하비 엑스포는 상반기에는 코엑스, 하반기에는 벡스코에서 열리는 등 키덜트 족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국내외 약 100여개의 업체가 참가했으며 600개의 부스가 운영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전시규모다. 전시 품목은 △프라모델 및 다이캐스팅 작품 △피규어 △드론 △보드게임 △만화 및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이다.

지난해와 달리 ‘2016 키덜트&하비 엑스포’에서는 ‘아트토이 관’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아트토이는 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의 그림을 입혀 만든 것으로 최근 키덜트족 내에서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 길에 위치한 아트토이 갤러리는 키덜트족이 한 번씩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이 전시회에서도 아트토이는 인기였다. 38여개의 아트토이 업체는 개성 있는 작품을 소개하며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도 참가했다는 한 참관객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품목은 아트 토이”라며 “국내 작가들의 예술적 가치가 담겨 있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시 사무국은 부스 배치에도 공을 들였다. 큰 구역별로 부스를 나누기는 했지만, 가급적이면 같은 군의 품목끼리 겹치지 않게 한 것. 참관객들이 그 군의 부스를 못 볼 수 있거나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참가업체 입장에서 전시 기간 내내 경쟁업체와 마주치는 것도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전시 사무국 관계자는 “최근 키덜트 산업의 트렌드는 프라모델, 드론뿐만 아니라 피규어를 토대로 한 페이퍼토이 또는 아트토이로 나아가는 모습”이라며 “특히 아트토이 중 하나인 스티키몬스터는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부스를 꾸리는 등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밝혔다. 이어 부스 배치에 대해서는 “더 나은 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스 배치를 고려 한 것”이라며 “다양한 부대행사가 동시에 개최됐기 때문에 참관객들의 동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충식 어글리즈 팀장은 "소량이지만, 무한도전 캐릭터로 해외 진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형태의 ‘토이’

아트토이는 본래 홍콩 작가에게서 시작됐다. 중국에서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봉제인형 등이 홍콩으로 넘어오자 이에 따른 대책으로 마련됐던 것. 소량 생산이고 희소성을 높인 제품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직까지 많은 업체가 플라스틱 재질로 된 아트토이를 선보였지만, 국내 아트토이전문 업체 어글리즈(대표 권상윤)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키덜트&하비 엑스포 부산’에서 처음으로 참가한 어글리즈는 캐리커처와 봉제인형의 결합으로 사람들의 얼굴, 기업, 브랜드 등 시장의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이 기업은 최근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 대만 등으로 수출해 눈길을 끌었다. 수출된 아트토이 제품은 다름 아닌 ‘무한도전’ 캐릭터. 한류가 아트토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충식 어글리즈 팀장은 “아트토이는 아직 대중에게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소량이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 과정에 대한 질문에 “전자상거래 수출 과정에서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번역 등의 사업을 활용한 것이 도움됐다”고 답했다.

국내 키덜트 산업에 대해서 신 팀장은 “현재 키덜트 산업 전시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해외 캐릭터”라며 “국내 캐릭터에서는 아직까지 태권V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으며 뽀로로도 10년 이후에나 주목받을 수 있어 이에 따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선보인 페이퍼토이도 이 전시회에서 키덜트족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페코토이(대표 박재모)는 목, 팔, 다리 등에 부착된 자석으로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캐릭터 등을 선보였다. 제품은 일회성을 넘어 자유자재로 포즈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몰미(대표 한은미)는 소비자가 직접 그릴 수 있는 ‘페인팅 스몰미’를 선보이며 관심을 받았다. 이는 직접 그린 후 조립하는 방식으로 현재 유치원 등에서도 미술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국내 모 대기업과 함께 일본 진출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밖에 C홀 끝에서 열린 ‘한국종이모형페스티벌’은 다양한 페이퍼 토이를 전시했을 뿐만 아니라 참관객들이 직접 페이퍼토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최고의 RC카 레이서를 선발하는 ‘RC카 레이싱 대회’. 4m 크기의 ‘마블스토어 및 헐크버스터 포토존’, 레고부터 건담 및 프라모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동호회 작품전’ 등이 선보였다.

◇ 세미나·마케팅 활성화 돼야 

키덜트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마케팅 활성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프라모델 강사라고 소개한 한 참관객은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키덜트족은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다양하게 구입하기에 가방 안에 제품을 넣어 들고 다니고 더 나아가 전시장 밖에서도 홍보되는 등 서로 윈윈(Win-Win)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카페쇼 등과 같은 전시회에서는 로고가 찍힌 가방을 참관객들에게 나눠준다. 이들이 전시장 밖으로 가방을 들고 나가면 말 그대로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참관객들도 전시장을 돌면서 업체의 팜플렛을 받거나 제품을 구입할 때 가방에 넣을 수 있고 전시장 밖으로 나가서도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기에 편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어 “구매력 있는 키덜트족은 30~40대”라며 “이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추억의 오락실 등 다양한 행사 및 오락거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회에서 아트토이, 페이퍼토이 등 협업을 시도한 것은 좋은 사례”라면서도 “일본에서는 코스프레가 함께 열리는 등 연관되는 행사가 더 많이 개최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업체로 나온 한 참관객은 “키덜트 전시회에서 전문가를 초빙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더 좋을 것”이라며 “세미나 및 발표회가 중간에 마련된다면 관련 종사자 및 참관객에게도 관련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등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공혜진 케이 훼어스(K Fairs) 주임은 “키덜트 산업은 매니아 층이 많은 관계로 프라모델 등과 같은 전문적인 세미나의 개최를 통해 미래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키덜트&하비 엑스포가 향후 전문 전시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이번 전시회를 돌아보고 개선될 방향이 있으면 다양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재림 기자 송혜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