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한류 꽃봉오리가 맺힌다

헝가리에 한류 꽃봉오리가 맺힌다: 동양적 감성 지닌 나라…콘텐츠, 식·음료 진출 유력; 2015.08.17 08:4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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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대륙의 중심’ 헝가리에 부는 한류 바람이 만만찮다. 동양권 문화 중에서는 단연 일본 문화를 선호했던 헝가리가 어느새 동유럽의 한류문화 발신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헝가리의 한류 현황과 우리 기업의 진출 시사점을 알아봤다. ◇ 헝가리의 한류 수준 헝가리는 2000년대까지는 아시아 국가 중 단연 일본 문화를 선호했으나 이제는 한국으로 바뀌는 추세가 뚜렷하다. K-POP의 인기에 그치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언어, 음식, 드라마, 의복, 영화, 음악, 체육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 개설된 한국학과는 정원이 30명에서 45명으로 늘었고 입학 경쟁률은 10대1로 치솟았다. 엘테대 교환교수로 재직 중인 류승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학과 개설 대학이 3~4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대장금’을 유럽에서 처음 방영한 곳도 헝가리로, 지난 2008년 첫 방송이 나가자 시청률이 최고 51%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방영한 국영방송 MTV는 ‘대장금’을 3번 방영했으며 이후 ‘선덕여왕’, ‘동이’, ‘이산’, ‘파스타’가 차례로 전파를 타 큰 인기를 끌었다. 2007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K-POP 팬클럽은 100개에 육박하며 K-POP 댄스팀도 30여 팀이 활동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점증하는 한류 붐으로, 2013년에는 한류 팬이 26만6215명(33개 동호회)이었으나 이듬해인 2014년에는 87만328명(29개 동호회)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헝가리의 한국 드라마 블로그 사이트는 한국 드라마는 물론 최고 남자배우와 여자배우 등에 대한 투표를 진행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헝가리 한류바람, 이유 있다 헝가리의 ‘한국사랑’은 이 나라의 동양적인 정서 때문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우랄산맥을 넘어 현지에 정착한 헝가리인들은 우랄알타이어 계통의 언어를 쓰고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하다. 이름도 ‘성-이름’ 순이고 날짜도 ‘연-월-일’ 순으로 쓴다. 한국 영화 전문가인 엘테대 테레즈 빈체 교수는 “한국 작가 한강과 헝가리 작가 안드라시 페퇴츠의 시 낭송회에 갔다가 두 사람의 감성이 비슷해 깜짝 놀랐다”면서 “아무래도 우리 영혼은 유럽보다 아시아에 가까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외세 침략으로 인한 상흔도 두 나라를 가깝게 만들었다. 올해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헝가리에서 제1회 ‘한-헝가리 문화포럼’이 열렸는데 이 자리는 두 나라의 역사를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이 학술포럼은 1989년 양국 외교관계가 수립된 이래 처음으로 열린 본격적인 학술, 문화 심포지엄으로, 포럼의 주제인 ‘디아스포라’ 역시 양국의 공통적인 역사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됐다. 한국의 경우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규모 민족 이산과 해외이주를 경험했고 헝가리 역시 1차 대전의 패배와 2차 대전 참전, 구소련의 침공 등을 거치면서 영토의 분할과 민족의 이산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이런 정서적 공감대가 한국 드라마 ‘동이’ 등의 성공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 갈수록 다채로워지는 헝가리 한류 14명의 헝가리인으로 구성된 한국 전통무용 동호회인 ‘무궁화 여성 무용단’이 한국무용의 본고장인 전주를 찾아 지난 7월 10일 한벽극장 무대에 오른 바 있다. K-POP과 한류문화의 영향으로 한국무용에 빠진 푸른 눈의 ‘무궁화 여성 무용단’은 회계사, 방송사 직원, 교사, 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로, 2013년 헝가리 현지에서 자발적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2012년에 파견한 무용강사들로부터 3개월간 강습을 받고 이듬해 자발적으로 무용단을 결성한 후 한국의 전통무용단체와 포천시립예술단 등 공연을 위해 현지를 방문했던 무용수들로부터 추가로 한국전통무용 강습을 받아 실력을 키웠다. 전 세계 28개 지역에 한국문화원이 설립돼 국가 간 문화교류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한국 전통무용단체가 결성돼 공식 무대를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무용단은 헝가리 여성 무용단이 유일하다. 헝가리 문화원 관계자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고 배우는 한류의 인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무궁화 무용단은 바로 이런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하나의 모델로 평가할 수 있으며 헝가리인들이 가진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집약된 동호회”라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부다페스트에서는 한국 농수산식품 전용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 안테나숍은 한국 농수산식품의 해외 홍보를 목적으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 하에 2014년 체코 프라하에 1호점이 들어선 바 있다. 이번에 개장한 헝가리 안테나숍은 판아시아가 운영하며 매장에는 전북 남원농협의 쌀과 경기 화성 정남농협의 떡국떡 등 농협상품으로만 구성된 전용 매대도 설치됐다. 최근에 열린 안테나숍 개소식에는 한국음식 무료 시식회와 한국 전통무용 시범단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선보였으며 특히 헝가리 공영방송(MTVA)에 소개돼 큰 반응을 얻었다. 매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주간도 있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우라니아 국립영화극장에서 개최됐는데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품인 ‘올드보이’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수준 높은 영화들이 상영됐다. 한국 영화제는 부다페스트뿐 아니라 세게드, 피치 등 지방도시에서도 열리면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 헝가리 한류는 또 있다 현재 헝가리에는 소수의 한국 음식점이 있으나 대부분 교민과 주재원을 고객으로 하며 헝가리인을 대상으로 한 식당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헝가리인들은 파프리카를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등 다른 서양음식에 비해 매운 음식이 많아 한국적인 메뉴 개발의 폭이 넓다. 예를 들어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체인인 ‘야마토’가 한국식 바비큐와 김치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부다페스트 무역관 관계자가 이곳을 방문한 결과 한국인 주방장이 없어 한국 고유의 감칠맛을 살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한국 요식업체가 이런 메뉴를 잘 개발해 진출한다면 경쟁 업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인들은 영화 ‘관상’ 등 한국적인 색채가 진한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영화제를 주관하는 주헝가리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이들은 ‘관상’, ‘대장금’처럼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이미지가 강한 콘텐츠를 선호한다. 헝가리에 대한 콘텐츠 진출 시 이런 선호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