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무역인턴이 본 지구촌] 느림의 미학,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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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무역인턴이 본 지구촌] 느림의 미학, 인도네시아: 2018.07.09 11:23 입력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제18기 글로벌무역인턴십’에 참가한 청년들이 해외의 주요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생생한 초보 무역인으로서의 체험들을 엮어 ‘도전하는 청춘, 글로벌 드림’이라는 책(e북)을 냈다. 이들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글로벌 인턴’으로 근무했다. <한국무역신문>에서는 이 가운데 10여개를 골라 지면에 싣는다. …◇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면서 4년 내내 ‘내가 이 전공을 살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살면서 인도네시아를 갈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글로벌무역인턴십을 통해 이렇게 다시 인도네시아로 오게 되었다. 3년 전 데뽁(Depok)에서 한 달 간의 짧은 어학연수를 왔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 길게 나와 보는 건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이 됐다. 작년(2016년) 1월에는 화상을 입은 인도네시아 중학생의 의료 통역을 맡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자카르타로 출발했다. <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5311028699376.jpg">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 플랫폼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끊임없는 한류 열풍에 있다. 자카르타에서 매년 열리는 ‘K-Contents’ 행사 당시 무역협회가 K-mall 전시회를 열었는데 행사장 전체에서 있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의 반응이 대단했다.</td></tr></tbody></table> ●‘자카르타=교통체증’ = 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다시금 느낀 것은 이곳이 오토바이 천국이라는 점이다.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은 많은 사람이 “세계 1, 2위를 다툴 것”이라고 말할 만큼 심각하다. 특히 자카르타는 데뽁과 달리 글로벌 기업과 수많은 쇼핑몰이 모여 있는 도심지라 24시간 막힌다. 현지 교통상황을 말할 때 농담처럼 “걸어가면 10분, 차를 타면 1시간”이라고 말할 정도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이런 느린 속도는 적응이 어렵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산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홀짝제’나 교통종합계획 같은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꽉 막힌 도로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안절부절 하게 만든다. ●생활 전반에 스며든 ‘고젝(Go-jek)’ =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오토바이 기사들이 모두 초록색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입은 초록색 옷은 인도네시아의 가장 핫한 스타트업인 고젝을 상징하는 외투다. 교통체증이 심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빠른데, 고젝은 이러한 현지 특성을 이용하여 오토바이와 사람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로 동남아 전역에 고젝 열풍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극심한 교통 체증이 오히려 고젝의 성장을 불러온 셈이다. 고젝은 교통수단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연결한다. ‘고푸드 (Go-food)’, ‘고샌드(Go-send)’, ‘고숍(Go-shop)’, ‘고클린(Go-clean)’ 등 음식 배달부터 소포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오프라인에서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내가 하는 인턴 업무 중 바이어에게 샘플 소포를 보내는 일이 있는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도 고젝을 이용하는 것이다. <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5311029532073.jpg">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은 많은 사람이 “세계 1, 2위를 다툴 것”이라고 말할 만큼 심각하다. 현지 교통상황을 말할 때 농담처럼 “걸어가면 10분, 차를 타면 1시간”이라고 말할 정도다. </td></tr></tbody></table> ●‘포스트 차이나’ = 심각한 교통체증, 부족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2억5000만 명이라는 거대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 탄탄한 내수시장, 증가하는 중산층과 두터운 청년층 등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기준 3579달러이며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나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54%인 1억3000만 명의 중산층과 전체 인구의 60%가 넘는 35세 미만의 젊은 층이 내수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포스트 차이나’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모바일 플랫폼 을 가지고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라인, 캐시트리 등 우리나라의 앱도 인도네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로부터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망고 슬래브’가 인도네시아 인턴 생활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해온 적도 있다. ●대단한 한류 =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 플랫폼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끊임없는 한류 열풍에 있다. 자카르타에서 매년 열리는 ‘K-Contents’ 행사 당시 무역협회가 K-mall 전시회를 열었는데 행사장 전체에서 있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행사장에서는 우리나라의 ‘핑크퐁 상어가족’ 동요가 흘러나오고 많은 아이들을 비롯해 남녀노소가 춤까지 따라 추면서 성황을 이루었다. 한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플랫폼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성공적인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지 네트워크는 필수다. 업무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길을 묻거나 인보이스를 요청하는 등 급한 상황에서 낯선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항상, 무조건 “YES”라고 대답하면서 도와주려고 한다. 다만 돕는 과정이 매우 느려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인도네시아인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듣고 존중하고 반영하고 도와주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이념인 ‘다양성 속의 통일(Bhinneka Tunggal Ika)’이 반영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것이 다양한 민족, 언어, 종교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가 조화를 이루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림의 미학 = 3년 만에 만난 인도네시아는 변하지 않은 듯 변했다. 길거리에 즐비한 오토바이들은 모두 앱으로 부르기만 하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친숙한 교통수단이 되었고, K-pop에 열광했던 현지인들은 이제는 한국의 동요, 캐릭터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나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점도 변했다. 한 달 간의 체류기간 동안 느꼈던 답답하고 느리기만 했던 현지인들의 행동이 이제는 그들만의 현명한 처세법, 그들만의 느림의 미학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인도네시아는 자세히 보면 볼수록 반전 매력이 숨어있다.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가지고 소소한 일상에서 인도네시아를 바라본다면 그들의 모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지에서 살아보니] 인도네시아어 안다고 바이어도 호의적 나는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상황이나 시장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만난 인연들 가운데 현지에서 수십 년간 사업하면서 자리를 잡은 기업인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오만했음을 금세 깨달았다. 내가 만난 한 선배님은 인도네시아에서 20년간 제조업을 하면서 현지에 브랜드를 런칭한 최고경영자(CEO)였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대우증권, 수출입은행, 코트라 등 많은 직원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현지 전문가들이셨다. 인도네시아는 인프라는 다소 뒤졌지만 새롭게 성장하는 나라이기에 아직 성장통을 겪는 과도기에 있다. 따라서 경험이 없으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나라다. 이번 인턴십은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동남아라는 틀을 잡고 그 안에서 나의 전문 영역을 찾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현지에서 생활해 보니, 업무적으로 인도네시아어가 굉장한 장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닌 나라인 데다 인도네시아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해 준다. 한번은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인도네시아어를 배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배려가 국적을 불문하고 관계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전시회를 다니면서 현지 바이어를 만났는데, 모두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호의적으로 대했다. 이럴 때 대화의 분위기가 더욱 자연스러웠음은 물론이다. 황민선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지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