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아프리카 시장 진출, ‘산업단지‘서 답을 찾아라

[포커스] 아프리카 시장 진출, ‘산업단지‘서 답을 찾아라: KIEP 보고서 “현지수요 맞는 제품 생산해 판매… 선진국 관세특혜 이용 수출도 유망”; 2018.03.16 11:03 입력

김영채 기자 wtrade07@gmail.com

<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5211657810177.jpg"></td></tr></tbody></table> 아프리카는 소비시장으로서 유망한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10억 명이 넘는 인구 규모,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 중산층 인구 형성, 도시화, 구매력 향상 등이 결부되면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오고 있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의 많은 보고서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가장 전략적인 투자 기회는 자원개발이 아니라 시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산층을 겨냥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막상 현지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면 막막하다. 한국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프리카 소비시장은 무엇보다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제반 물적·제도적 교역기반이 열악해 전통적인 방식의 수출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성장하는, 잠재력 높은 시장을 내버려둘 수도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현지에 한국산업단지를 세우고 이곳에서 현지시장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방식’에서 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최근 내놓은 ‘아프리카 소비시장 특성분석과 산업단지를 통한 진출방안’ 보고서에서다. ●잠재력 높은, 고성장 시장 = 아프리카 인구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빈곤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비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는 현대식 대형 쇼핑몰과 슈퍼마켓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농가공품, 생활용품, 컴퓨터, 가전제품 등 각종 공산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아프리카의 경제성장과 인구구조, 소득분위별 구매패턴, 소비기준의 변화, 유통시장의 발달 등을 중심으로 연구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 일반적인 기준에서 소비여력을 갖춘 중산층 인구는 미약하지만 주요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소비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국 100만~500만 명 규모의 도시수가 2000년 35개에서 2016년 48개로 늘었다. 2030년에는 55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오는 2025년경에는 아프리카 가구의 3분의 2 정도가 ‘재량적 소득(Discretionary Income)’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등 이 지역의 소비계층이 그만큼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내구재 기준 잠재적 소비층은 2025년까지 약 10년 만에 40%가량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수준의 소비성 내구재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능력을 가진 계층이 연간 4% 이상의 빠른 성장률로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자동차 구매가능인구는 2025년 기준으로 약 1억 명, 휴대전화 구매가능인구는 약 6억8000만 명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동아프리카(약7.1~7.6%)와 서아프리카(약 3.5~3.7%) 지역이 빠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인구 규모가 가장 큰 서부아프리카 지역과 최근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동부아프리카 지역 시장은 남아공을 포함하는 남부아프리카 시장의 규모를 곧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한 시장 = 그렇다고 모든 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해외의 많은 언론매체들과 컨설팅 회사들은 아프리카를 인구 10억의 소비시장이라고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프리카 전체 대륙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편의적 또는 자의적인 평가다. 그렇게 넓은 대륙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다. 또 아프리카 소비시장의 특징 중 하나인 ‘분절화’도 장벽이다. 도시 간 교통망이 열악해 주변 지역과 상품, 서비스, 인력의 이동이 활발하지 못하며 내륙 국가들의 경우에는 국경장벽이 더해지면서 역내 및 역외 시장과의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도시지역에서조차 교통인프라 등이 미비해 반경 10㎞ 거리를 넘으면 인력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미 ‘선점자’가 있다. 중국 상품의 침투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상품은 저가격을 앞세워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도시는 물론 시골지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상품도 의류, 신발, 양말, 플라스틱 제품, 농기계류, 가전제품, 모바일 폰, 건축자재, 완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아프리카는 제조업 기반이 열악하여 소비수요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식품 및 음료 등 가공품의 경우 수입 비중이 30%를 넘어가며, 자동차, 화학제품과 같은 기술 집약적 제품의 경우에는 소비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단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아프리카 소비시장 진출수단으로서 산업단지 개발 또는 활용이 지니고 있는 의의는 무엇보다도 현지 수요와 소비자 기호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소비시장은 구매력 수준, 소비문화 등 여러 면에서 다른 개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업단지 진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 중 하나는 여러 경제통합체들을 활용한 아프리카 역내시장 진출을 들 수 있다. 아프리카 경제통합체들은 자유무역지대(FTA), 관세동맹 등을 형성하며 역외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입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산업단지를 통한 직접투자 진출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높은 시장진입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 다른 기대효과는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에게 제공하는 무역특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시장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선진국 시장에 팔기에도 유리한 것이다. ●동부아프리카 국가들이 최상위권 = 산업단지 진출과 관련한 첫 번째 과제는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이다. 정량 및 정성평가를 통해 분석한 결과 에티오피아,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최상위권 그룹에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라들은 북부와 서부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또 아프리카 경제성장의 중심축이 서부에서 동부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 투자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의 경제협력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는 역내 교역을 들 수 있다. 동아프리카공동체(EAC)는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경제공동체 가운데 역내교역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0년 5억 달러에 불과했던 역내 상품교역액이 2015년에는 23억 달러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 개별 국가별로 보면 에티오피아가 한국 산업단지 진출의 최적합 국가로 분석됐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은 최빈국이지만 1억 명의 인구대국이며 지난 10년간 약 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아디스아바바(수도)와 지부티(홍해의 물류거점)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이 완공(2017)되는 등 그 어느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경제발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아디스아바바는 1987년 당시 중국 상하이를 떠올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내세울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으로는 낮은 임금을 꼽을 수 있는데, 제조업(경공업) 분야에 있어 에티오피아의 비숙련 노동자 임금은 중국의 5분의 1, 베트남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탄자니아에 비해서도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투자진출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임금 수준이라는 점에서 에티오피아는 매우 강점을 지녔다. 2016년 한국 정상의 에티오피아 방문을 계기로 아디스아바바에서 74㎞ 떨어진 아마다(Adama) 지역에 한국 섬유산업단지(100만㎡)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내수시장을 겨냥한다면 식료품·섬유의류 = 아프리카 내수시장을 겨냥한다면 식료품·섬유의류 등의 업종이 유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농산물(가공품)을 비롯하여 섬유의류, 광물제품 등이 진출유망분야로 도출되었다.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구매력을 갖춘 소비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료품, 공산품(의류, 가전제품, 플라스틱 제품, 가구, 주방용품 등), 그리고 시멘트 등 건축자재 등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식료품 수요증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시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가공식품(processed foods)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2030년에는 아프리카 식품시장(food market)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현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등 대형 매장을 통한 식품판매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케냐의 경우 그 비중, 즉 전체 식품판매에서 대형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고 있다. 에티오피아, 남아공, 탄자니아, 케냐, 세네갈 등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14개 주요 국가에 대해 2014년 기준 BACI 교역자료를 이용해 국가별 단기전략품목군과 장기전략품목군을 선정해 보니, 단기전략품목으로는 섬유 및 의류(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부터 금속, 화학공업(남아프리카공화국), 농산물가공품(기타 국가) 등이 꼽혔다. 이들 국가에 대한 장기전략품목은 국가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계류군, 화학제품군, 금속제품군 등이 장기전략품목의 상위권을 차지했고 한국은 거의 모든 품목에서 경쟁력 우위를 보였다. 김영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