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이 원하는 인재란?

미국 스타트업이 원하는 인재란?: 2018.04.05 18:45 입력

한국무역신문 wtrade07@gmail.com

업무, 의사소통, 상황대처 능력 갖춰야…적극성도 중요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창업기업을 달리 부르는 용어로 통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새롭게 생겨나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한 작은 회사를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고 이후 중소기업 단계를 거쳐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분류할 때 사용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는 웬만한 대기업보다 가치가 커진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도 스타트업으로 분류한다. 이들 스타트업은 주식시장에 아직 상장하지 않았다는 특징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스티브 블랭크 교수는 스타트업을 ‘반복적으로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단기 매출과 수익보다는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전략이다. 미국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인재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업무능력을 갖춘 지원자다. 넥스트도어에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주은광 씨는 “실무역량이 부족한 지원자는 며칠에 걸쳐 여러 단계의 중첩되는 미국의 심층면접 과정을 통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만약 SW 엔지니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실무면접인 코딩 테스트에서 이력서에 자신이 할 수 있다고 기입한 역량을 주어진 시간 안에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SW 엔지니어라면 오픈소스 코드 개발포럼 등에서 활동한 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을 쌓는 길이 된다. 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유명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 아무개 씨는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더러 한국 청년 중에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배운 뒤 대기업으로 이직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미국 스타트업에서 기술을 배워 상위 기업으로 가겠다고 마음먹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핵심인재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에 불필요한 시간은 줄이면서 과업을 완성해야 하는 압박이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미숙련 인재를 가르칠 여유가 없다. 제한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둉료들과 가장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미국 스타트업의 특징이다. 실제 지원자 면접에서 면접관은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지 묻는 동시에 문제풀이를 요구하기도 한다. 알고리즘을 생각하며 코딩 테스트에 몰두하는 우리 청년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가 면접관을 납득시킬 만한 논리를 대지 못한 채 문제만 풀다가 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전달할 만큼 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다. 넥스트도어의 주은광 씨는 “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단순히 인터뷰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취업 후에도 일에 필요한 역량”이라며 “한국 청년들은 평소 영어로 된 자료를 읽고 대화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 대처 능력이 탁월한 인재도 선발대상이다. L사에서 SW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박 아무개 씨는 자신의 구직 인터뷰 과정을 회상하면서 “면접관이 정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는지 본다”고 밝혔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난해한 문제를 풀기 위해 몰두하는 과정에 주목하기 때문에 그의 상황 대처 능력이나 창의성 등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 청년에게 입사기회를 주고자 노력했던 미국의 한 면접관은 “학교에서 안 가르쳐 준 내용이라며 ‘모른다’고 대답하는 지원자를 봤는데 정직하게 답변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많은 면접관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은 지원자가 정형화된 답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해결방식을 찾아내는 상황 대처 능력을 선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적극적인 사람도 호감을 받을 수 있는데 에어비앤비에서 근무 중인 김 아무개 씨는 “회사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직원들은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적극적인 직원들은 팀 프로젝트에서 맡은 업무 이외에 자발적으로 추가적인 자료 조사나 일을 더 찾아서 하는 등 실리콘밸리에서는 흔치 않은 야근까지 하면서 경쟁을 즐긴다. 미국의 금융기업 캐피털원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김영교 씨는 “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개발하고자 상사와 상담해 프레젠테이션, 집단회의 기법 등을 회사의 지원을 받아 외부기관에서 맞춤형 교육으로 해결했다”면서 “미국에서는 감추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9월 팔로알토에서 스타트업을 위해 ‘데이터 사이언스 채용 박람회’를 개최한 데본 선 대표에 따르면 단순히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제출하는 지원자보다 박람회장을 방문해 채용 관리자에게 잠깐이라도 눈도장을 찍은 사람이 후속 인터뷰를 제안받는 것은 물론이고 구직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데본 선 대표는 “이는 채용 박람회 이후 어떤 지원자가 인터뷰 제안을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라며 “조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행사 당일에 참석해 채용 담당자와 대화를 나눈 지원자가 더 나은 결과를 얻은 경향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L사의 인사 담당자인 김 아무개 씨와 H사의 인사 담당자 박 아무개 씨는 공통적으로 “미국 스타트업이나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자는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채용시장은 공개채용 개념이 없고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채용하므로 지원자는 자신이 원하는 회사가 구인공고를 게재했는지 수시로 살펴보면서 그 직책에서 요구하는 특정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채용문화는 실무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따라서 미국 대학교 학생들은 2학년부터 방학과 학기 중에도 인턴십을 하면서 자신이 근무하고 싶은 분야의 실무를 익히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실무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문화의 예로 우버에서 시니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강태훈 씨를 들 수 있는데 강 씨는 한국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구직에 성공한 경우다. S사에서 SW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 씨도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추천(referral)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취업에서 인맥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직책에 다양한 지원자가 몰렸을 때 회사직원이 추천하는 사람이 인터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한층 높다. 하지만 인맥이 있다고 해서 인터뷰 과정이 간과되거나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추천제도를 한국의 인사청탁과는 구분해야 한다. 통상 이런 추천은 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나 상사, 학교 동기,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자의 업무능력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하며 때로는 잘못된 결과 때문에 추천자가 비난받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창업은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에뉴마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수인 대표는 한국의 게임 전문기업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디자이너와 개발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게임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은 이 대표는 게임과 교육의 접점을 찾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중 지난 2013년 미국에서 교육용 학습지 앱 ‘토도수학’을 출시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통해 4년 만에 영국, 미국, 중국,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에서 아동 교육용 앱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굿타임I.O.을 창업한 문아련 대표는 리쿠르터로 근무하면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지원자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는 것에 착안해 인터뷰 스케줄의 효율적 관리를 돕는 솔루션 제공회사를 창업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실리콘밸리 K-무브센터의 박아름 씨는 “실질적인 업무능력을 축적하고 자신이 일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무모한 실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