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 다음 20년 바라보는 시선은

‘대전환 시대’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 다음 20년 바라보는 시선은: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개원 20주년 세미나; 2022.04.14 16:09 입력

김영채 기자 weeklyctrade@kita.net

<o:p></o:p>공급망재편·고부가가치·디지털전환·신무역규범 등 ‘NEXT 20’ 제시   <o:p></o:p>개원 20주년을 맞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중장기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4대 선결과제로 ‘NEXT 20’을 제시하고 글로벌 무역환경 대전환과 수출기업 혁신 과제를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연구원은 4월 13일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변화와 대응 과제 : NEXT 20’ 보고서를 발표하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및 대응을 주제로 하는 ‘한국 무역 진단과 중장기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우리 무역에 ‘대전환 시대’가 왔다는 점을 역설했다. 4대 선결과제로 제시된 ‘NEXT 20’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위기 확산(Network), 수출의 질적 성장(Edge+), 디지털 전환(DX), 신무역규범(Trade rules) 등이다. 연구원은 이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무역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우리 무역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o:p></o:p>●공급망 대전환 시대… GVC 재편 가속화 = 이날 세미나에서 연단에 선 홍지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거점이 중국에서 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제3국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미중 패권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불확실성과 탈중국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유연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범정부적인 공급망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해 유사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수출이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제고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이테크 업종에 가까울수록 수출의 부가가치 파급효과가 높은 점을 고려해 수출기업이 비교우위를 유지하거나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품과 서비스 수출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서비스 수출에 대한 규제 완화나 정책지원을 실물상품의 수출지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의 확산과 함께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미래 수출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수출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미진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3월 수출기업 대상 실태조사 결과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지 않거나 더디게 진행 중이라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응답 기업의 65%가 R&D 및 인프라 구축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IT) 융합형 R&D 지원을 확대하고 디지털 전문성을 고려한 수출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뤄졌다. 경제안보와 환경·디지털·노동·인권을 앞세운 신통상규범도 우리 무역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홍 연구위원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양자·복수국 협정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고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앞으로 시작될 여러 협상에서 초기 단계부터 논의에 참여해 우리의 실익에 부합하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table id="news_image" class="center" align="center" width="700"><tbody><tr><td><img src="http://weeklytrade.co.kr/PEG/16499201637934.jpg" width="700" align="absmiddle"><div id="news_caption" class="">▲4월 13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2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한국 무역 진단과 중장기 과제’ 세미나에서 홍지상 차장이 ‘NEXT 20’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온라인 세미나 캡쳐)</div></td></tr></tbody></table>   <o:p></o:p>●반세계화 대전환 시대… 2016년부터 본격화 = 이어 연단에 선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대전환 시기의 통상환경 변화요인으로 ▷통상에 영향 주는 외부 충격 빈도 상승 ▷미중 패권경쟁과 각국 산업보호정책 부활 ▷통상 지역화와 메가-FTA ▷디지털·환경 무역 이슈 등을 꼽았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통상환경에 영향을 주는 외부 충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차원적 국제협력 필요성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자재 공급망 교란, 식량 위기, 인플레, 거시경제 불확실성 관련 정책 공조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에는 위험비용 내재화를 통해 비즈니스를 할 때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무역분쟁의 장기화 우려에 대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재편과 미중 디커플링은 물론 해외투자·수출 규제 증대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제안보 이슈의 비중이 더 커지면서 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보다는 경제통상협상 위주로 통상의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미국의 인력이동, 투자, 생산성, 혁신에 부정적 영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커플링이 세계 경제 질서 악영향으로 인한 더 장기적인 피해·비용증가를 막을 것이라는 현지 싱크탱크의 시각도 소개했다. 통상 지역화와 메가 FTA에 대해서는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제협력에 더 방점이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이슈에서 경제안보 이슈 위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현상이 지역 경제 블록화 과정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디지털 규범과 탄소 중립, 공급망재편 등 대전환에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속 가능 무역 이슈의 첨병에서 국내 제도와 국제 규범의 보조를 맞춰가야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정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글로벌 통상환경 대전환 흐름이 2016년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을 기점으로 해서 굉장히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의 대미국·대EU 투자가 감소했고 투자가 감소하면서 GVC 확산세가 정체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FDI 하락세, 브렉시트, 트럼프 보호주의 정권의 출범과 미중 패권주의의 본격화가 이뤄진 시점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계무역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엔 61%였던 것이 2020년에는 51.6%로 약 10%p 줄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4월 11일 올 국제무역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4.7%의 반 토막 수준인 2.4%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o:p></o:p>●“디지털 대전환 시대… 패러다임 변화 불가역적” = 마지막으로 추현호 한국산업지능화협회(KOIIA) 부단장은 무역환경의 대전환과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불가역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는 환경에 바람직한 적응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4차산업 혁명과 같이 산업 대전환을 이루는 환경변화를 ‘불연속적인 환경변화’로 설명했다. 또 “불연속적인 환경변화는 이전과 이후가 질적으로 다른 환경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대전환 시기에는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불연속적인 환경변화는 기업에 있어 역량 파괴적 변화가 될 수도, 역량 강화적 변화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말편자 제조업체 입장에서 자동차의 출현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파괴하는 요인이 되지만, 고무제품 제조업체에는 타이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역량 강화적 변화로 작용하기도 한다. 추 부단장은 이러한 예시를 통해 “외부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혁신은 실패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고려할 때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혹은 서비스 제공자가 하는 일의 디지털화가 용이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디지털화했을 때 이점이 무엇인가,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향유 가능성은 얼마인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400억 이상의 투자유치를 받은 ‘홈조이’나, 160억 투자를 유치한 세탁업계의 우버 ‘와쇼’ 등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창업 5년을 넘지 못하고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도 이러한 점을 꼽았다. 디지털화 수요가 미진하고 디지털화에 부적절한 분야에서 혁신을 꾀한 것이 패인이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자사 산업데이터를 가지고 적절하게 분석하는 기업의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며 “물리적 제품에서 데이터가 창출하는 가치가 물리적인 가치를 추월하는 ‘디지털 크로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예시로는 미국 증권시장의 대표적인 블루칩 ‘테슬라’가 꼽혔다. 테슬라는 실물 생산량은 포드나 GM 등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율주행 역량 등 자체적으로 창출해내는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것이 성공의 일례로 지목됐다. 한편, 연구원 20주년을 맞아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난해 우리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미중 패권경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면서 “우리 무역이 향후 20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민관이 소통을 강화하고, 예기치 못한 공급망 위기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촘촘한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